치매방지용

𝐜𝐚𝐟𝐞́

김루씨. 2020. 8. 30. 20:16

% ARIBICA , Hongkong 


스스로를 몽상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끔 어떤 것에 대해 상상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내가 만약 ~ 라면, 그 때 ~ 했더라면.

별별 생각도 정말 많은편인데, 기억력이 안좋아서 잘까먹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도 잊어버렸나보다.

Seven Seeds Coffee Roasters , Melbourne


나는 경험했던 것보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한 번 갔던 음식점, 카페는 웬만하면 재방문은 안하는 편이다.
그런 나도 자주 찾게 되는 것이 생기면서 내 취향이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나이 33세가 넘어가면 본인이 추구하고 생각하는 것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의미는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 33살 이 전에 나의 가치관과 취향이 확고해진다는 뜻일 것이다.

Hawthon , Melbourne


한참 인스타에 미쳐있었을 때,
피드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얻기위해 한 시간 이상을 쓰며 카페를 가곤 했었다.
그 덕분에 당시 어떤 지역만 대면 핫플레이스가 어딘지 다 꿰뚫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너무 한심한데,
또 한편으로는 그 때의 열정이라고 표현해야할까,, 다시 찾아올 수 없을 것 같다.


Captains of Industry , Melbourne


예전에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셀피를 안찍는다는 것.

첫째, 멜번에서 1년 동안 살면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많이 마셨다.
둘째, 대부분의 카페를 혼자서 갔다.
셋째, 한국과 호주의 카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이제는 사진을 건지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이로움 (맛있는 커피, 디저트, 작업하기 편한 곳)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남들에게 행복만을 전시하는 인스타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Krimper Cafe , Melbourne


앞서 생각은 많지만 기억력이 안좋아서 금방 까먹는다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 1년동안의 생활은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 코로나19의 조합이라니 정말 환상적이다.

내가 일기를 써놨으면 P했기 때문에 F가 되었다. 라고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그건 아쉽다.
근데 나에게 다이어리는.. 첫 장 이상으로 넘어가본 적이 없는... 그런 것이다.


Market Lane Coffee , Melbourne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의견을 표출한다는게 너무 부끄러웠고, 자신감이 없었다.
남들이 내 의견을 안좋아하면 어떡하지? 거절당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아마 가부장적인 아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의 밑에서 길러진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맘에 안드는 것을 말하면, 나한테 욕하며 내 뺨에 날라올 것 같은 아빠의 손바닥이 무서웠나보다.
지금은 아빠가 나이 들어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온순해지면서,
나에게 친해지고 싶은 기색을 표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가부장적인 아빠일 뿐이다.


STREAT Cafe , Melbourne


스스로 지금은 마인드가 예전에 비해 건강해지고 단단해진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은 걸 보면 진정한 어른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의미겠지?

다이어리 첫 장을 넘기지 못하는 소극적 완벽주의이지만,
대충 시작하는 것 그리고 꾸준하게 오래하는 것의 중요성을 요즘들어 크게 깨닫고 노력하는 중이다.
세상에는 의외로 생각보다 꾸준하게 오래하는 사람이 드물다.